눈을 가리고 물체를 만져 보고서는 그 물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여러분의 손에 작고 둥근 물체가 놓인다. 그 물체를 만지작거려보니 그것은 지름이 대략 1.25인치이고 무게는 2~3온스 정도이며 매우 단단하고 무수한 작은 홈이 파여 있는 물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여러분은 "아하!"라고 소리치며 그 물체가 OOO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수업 중에 이 실험을 실행한 한 연구자의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은 평생 골프공을 만져 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물체가 골프공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맞힌다. 이것은 하나의 감각 양식을 통해 친숙해진 특정 물체를 또 다른 감각 양식으로 인식하는 능력, 즉 감각 간 지각 능력의 한 예로서, 위 경우는 시각을 통해 친숙해진 골프공을 촉각을 통해 인식한 것이다. 성인은 이러한 종류의 추론이 가능하지만, 영아는 언제 처음으로 이러한 능력을 나타내는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려고 시도 중인 영아들이 물체를 시각, 촉각, 후각 또는 기타 방법을 통하여 탐색해 얻은 정보들을 통합할 수 있다면 대단히 유익할 것이다. 이러한 감각들은 생의 초기부터 통합적으로 기능하는가? 영아에게 비눗방울을 불어주어 영아의 주의를 사로잡았다고 가정해보자. 영아는 그 비눗방울을 만지려고 손을 내밀까? 만약 영아가 손을 내밀었다면, 그리고 살짝 건드렸는데도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면 영아는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감각 간 지각 능력이 신생아들에게는 전혀 관찰되지 않지만, 생후 1개월만 되어도 영아는 이전에 빨았었던 물체 중 최소한 몇 개는 시각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다. 1개월 된 영아들에게 딱딱한 우유병과 유연한 우유병을 각각 빨게 하였다. 그러고 나서 유연한 우유병은 구부러지고 딱딱한 우유병은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영아에게 보여주었다. 결과는 분명했다. 유연한 우유병을 빨았던 영아는 딱딱한 우유병을 응시하기를 선호했지만, 딱딱한 우유병을 빨았던 물체를 시각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물체와 다른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더욱 흥미롭게 여겼다. 그러나 생후 30일이 된 영아는 이미 유연한 물체 및 딱딱한 물체를 여러 번 빨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감각 간 지각이 반드시 생득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1개월 된 영아가 놀랄 만한 능숙함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황급히 받아들이기 이전에, 첫째 1개월 된 영아에게서 볼 수 있는 감각 간 지각 능력으로는 구강, 십각간 지각이 유일하다는 점과 둘째 이렇게 어린 영아들에게는 이 능력은 아주 미약하게 존재하며 생후 첫 1년간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점을 주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촉각을 시각과 연합시킬 수 있는 듯한 능력도 4~6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4~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영아는 물체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 간의 감각 간 대응은 영아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는 때인 4개월 무렵에 나타난다. 4개월이 된 영아는 거리를 지각하기 위해 시각 단서와 청각 단서를 대응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들은 들려오는 엔진 소리가 점점 더 작아질 때 다가오는 기차보다는 멀어져 가는 기차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경향이 있다. 분명 4개월 된 영아는 어떤 장면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알고 있으며, 이러한 청각, 시각 연합은 앞으로 몇 달간에 걸쳐 계속 발달한다. 감각이 출생 당시 통합되어 있다는 것과 생후 3~4개월이 되면 최소한 몇 가지의 감각 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발견은 본 장에서 앞서 논의한 지각에 대한 분화이론과 가장 상통하는 것 같다. 분화 이론가들은 각 감각 입력을 특징짓는 차별적인 세부 특징들이 하나 이상의 감각 채널을 통해 탐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출생 당시 감각이 통합되어 있다면, 영아는 여러 감각 채널에서 이 특징들을 재빠르게 탐지할 수 있으며 매우 이른 시기부터 감각 간 지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아는 감각 간 추론을 정확하게 내리기 위해 새로운 감각 정보를 재빠르게 통합한다. 예컨대, 2개의 실린더가 회전하는 것을 단 1분 동안 본 3개월 된 영아는 이후 장면과 소리를 연합 시킬 줄 알았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들에게 동시에 회전하고 있는 2개의 실린더를 보여주자 한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 녹음을 들은 영아는 우측 실린더를 응시했지만, 여러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은 영아는 좌측 실린더를 응시하였다. 이후 영아에게 한 물체가 실린더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여러 물체가 실린더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두 실린더가 동시에 회전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분화 이론가들이 예상한 대로 영아는 장면과 소리를 즉시 연합시켰으며, 한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때는 우측 실린더를, 여러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때에는 좌측 실린더를 바라보았다. 이 실험 결과는 분화 이론가들의 주장이 분명히 옳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감각 간의 새로운 정보의 통합은 영아가 새로운 정보를 각각의 감각 채널에서 탐지할 수 있는 때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각 간 판단이 더욱 정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각 감각이 계속 발달함으로써 새로운 자극이 가진 세부 특징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린 영아조차도 감각 간 대응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혼란스러운 자극을 조직, 해석하고 자신의 주변 세계를 "웅성거리는 혼란 상태"로 빠지지 않게 한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하나 이상의 감각으로부터 정보를 획득하였을 때 영아는 주변 환경의 새로운 측면에 대해 더욱 신속하게 학습한다. 감각 경험을 통합하는 데 유난히 능숙했던 영아들이 이후 11세에 지능검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을 보면, 감각 간 지각 능력은 미래 지적 성취도를 나타내는 초기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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